처음 음식점 메뉴 가격을 정할 때는 계산만 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료가 얼마 들어가는지 계산하고, 거기에 일정한 배수를 적용하면 판매가격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가게를 운영해보니 메뉴 가격을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원가가 높은 음식이라고 무조건 비싸게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원가가 낮다고 싸게 팔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가장 계산하기 어려웠던 비용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 시간이었습니다.
메뉴 가격을 정하는 두 가지 방향
제가 메뉴 가격을 고민하면서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첫 번째는 판매할 가격을 먼저 생각하고 그 안에서 레시피를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타코 3피스를 판매한다고 해보겠습니다.
손님이 어떤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대략적인 가격 기준이 있습니다.
‘타코 한 접시인데 이 가격을 넘어가면 조금 비싼 것 같다.’
이런 심리적인 선입니다.
그렇다면 손님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판매가격을 먼저 정하고, 그 가격 안에서 사용할 재료와 양을 조정해 레시피를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반대 방향도 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맛과 밸런스를 먼저 만들고 그 레시피에 가격을 붙이는 방법입니다.
저는 후자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음식의 원가와 손님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재료를 하나씩 계산했습니다
타코를 예로 들면 또띠아 3장의 가격부터 계산했습니다.
고기는 몇 g이 들어가는지, 채소와 각종 토핑은 얼마나 사용하는지, 소스에는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는지를 계산했습니다.
재료별 가격을 g 단위나 개당 단가로 나눠 한 접시에 실제로 들어가는 재료비를 더했습니다.
당시 저는 주변에서 번화가의 매장들은 식재료 원가에 더 높은 배수를 적용해 가격을 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 매장에서는 대략 재료 원가의 3배 정도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서 이 숫자는 어디까지나 당시 제가 메뉴 가격을 정할 때 참고했던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음식점이라면 무조건 원가의 3배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고, 적정 원가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닙니다.
매장의 임대료와 인건비, 메뉴 구성, 입지, 운영 방식에 따라 필요한 가격은 당연히 달라집니다.
저 역시 실제 영업을 시작하면서 단순히 재료 원가에 몇 배를 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옥수수가루 가격은 계산했는데 제 시간은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운영했던 가게에서 타코는 정말 애증의 메뉴였습니다.
타코에서 또띠아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제가 구할 수 있었던 기성품 또띠아는 제 입맛에 잘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타코 하나 배우겠다고 당장 멕시코에 가볼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래서 타코를 다룬 다큐멘터리와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옥수수가루도 해외에서 구입하고, 집에서 직접 만들기 위해 또띠아 프레스까지 샀습니다.
그리고 결국 또띠아를 직접 만들어 가게에서 사용했습니다.
맛은 제가 원하는 방향에 가까워졌습니다.
대신 새로운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띠아 약 100장을 만드는 데 3~4시간이 걸렸습니다.
옥수수가루의 가격은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한 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재료비도 계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100장을 만들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반죽을 만지고 한 장씩 프레스로 누르고 구워야 하는 제 노동은 얼마로 계산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재료 원가표에는 그 시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업이 시작되면 또 다른 시간이 들어갑니다
수제 또띠아를 미리 만들어놓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또띠아를 데워야 합니다.
고기와 채소를 올리고 소스를 더해 한 피스씩 완성해야 합니다.
3피스를 만들어 한 접시를 내보냅니다.
그런데 타코는 양이 많은 음식이 아니다 보니 맛있게 먹은 손님에게서 추가 주문도 꽤 들어왔습니다.
그러면 같은 과정을 다시 반복합니다.
손님이 맛있다고 하고 추가 주문까지 해주니 메뉴 자체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때 알게 됐습니다.
하나의 메뉴에는 재료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업 전에 준비하는 시간과 주문이 들어온 뒤 조리하는 시간이 모두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반대로 너무 편한 메뉴도 있었습니다
모든 메뉴가 타코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나초가 들어가는 메뉴는 상대적으로 편했습니다.
자르고, 튀기고, 토핑하고, 서빙하면 끝입니다.
병맥주나 캔 음료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꺼내고, 따고, 서빙하면 끝입니다.
칵테일은 손이 많이 가는 메뉴였지만 제게 익숙한 일이었고 한 잔을 완성하는 제조시간이 비교적 짧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었습니다.
같은 1만 원짜리 메뉴라고 해도 그 1만 원을 만들기 위해 가게가 사용하는 시간과 노동은 전혀 다를 수 있었습니다.
이걸 재료 원가만 보고 있을 때는 제대로 알기 어려웠습니다.
원가가 낮다고 무조건 싸게 팔 수도 없었습니다
반대의 문제도 있습니다.
재료 원가가 굉장히 낮은 메뉴라고 해보겠습니다.
단순히 재료비에 일정한 배수를 적용한다면 판매가격 역시 아주 낮아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음식점은 음식만 내주는 곳이 아닙니다.
손님이 테이블 하나를 이용합니다.
한 팀이 들어오면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그 자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시간 동안 같은 테이블에 다른 손님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원가가 낮은 메뉴라도 한 테이블에서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주문금액이라는 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메뉴 가격은 그 접시에 담긴 재료만의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술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말에도 혼란스러웠습니다
가게를 운영할 당시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술이 남으니까 술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게에서는 음식 주문이 많았습니다.
손님들이 음식을 잘 먹어주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인데, 음식이 많이 팔릴수록 저는 또띠아를 만드느라 팔이 빠질 것 같았고 영업시간에는 주방도 점점 바빠졌습니다.
반대로 술은 생각만큼 많이 주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에는 고민했습니다.
‘음식 말고 술이 더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비교 기준부터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희 가게는 소주를 여러 병 마시는 형태의 음식점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와서 칵테일을 3~4잔 마셨다면 그것만으로도 당시 기준 음료에 2~3만 원 정도를 지불한 셈이었습니다.
거기에 음식을 함께 주문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술을 몇 잔 팔았는가’만 볼 것이 아니라 한 테이블에서 음식과 음료가 어떤 조합으로 주문되고 최종적으로 얼마의 매출이 발생하는지를 함께 봤어야 했습니다.
메뉴 하나보다 메뉴판 전체를 봤어야 했습니다
지금 다시 메뉴 가격을 정한다면 저는 개별 메뉴의 원가율만 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메뉴마다 가게 안에서 하는 역할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타코처럼 만드는 데 손이 많이 가더라도 손님이 가게를 찾아오게 만드는 대표 메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나초처럼 상대적으로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는 메뉴가 있습니다.
칵테일처럼 전문적인 제조 과정이 필요하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성되고 객단가를 만들어주는 메뉴도 있습니다.
병맥주나 캔 음료처럼 거의 조리시간 없이 추가 매출을 만들어주는 메뉴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메뉴 하나하나를 놓고
‘이건 원가가 몇 %니까 괜찮다.’
라고 판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함께 해봤어야 합니다.
- 이 메뉴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가?
- 주문이 들어온 뒤 완성하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 한 번에 여러 개를 만들 수 있는가?
- 주문이 몰려도 감당할 수 있는가?
- 손님은 이 메뉴에 얼마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 다른 메뉴와 함께 주문됐을 때 객단가는 어떻게 되는가?
- 이 메뉴가 우리 가게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무엇인가?
지금이라면 재료 원가표 옆에 준비시간과 제조시간을 적는 칸부터 하나 더 만들 것 같습니다.
처음 정한 메뉴 가격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면서 메뉴 가격을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은 처음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고 느낀 경우였습니다.
특정 식재료가 한 시즌 동안 비싸졌다고 바로 메뉴 가격을 올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게를 오래 운영하다 보면 원재료 가격도 변하고, 실제로 메뉴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어가는지도 알게 됩니다.
무엇보다 수십 번, 수백 번 판매하면서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500원씩이라도 가격을 올렸습니다.
처음 가격을 정할 때는 그 숫자가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생각하면 처음 정한 메뉴 가격은 정답이라기보다 가설에 가까웠습니다.
실제로 팔아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뉴 가격에는 보이지 않는 원가가 있습니다
다시 메뉴 가격을 정한다면 저는 먼저 재료 원가를 계산할 겁니다.
그 과정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손님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을 보고, 메뉴 하나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보고, 주문이 들어왔을 때의 제조시간을 보고, 한 테이블에서 다른 메뉴와 어떻게 주문되는지도 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제 영업을 시작한 뒤에는 다시 가격을 확인할 겁니다.
잘 팔린다고 반드시 잘 만든 가격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이 팔릴수록 가게가 힘들어지는 메뉴라면 가격이나 제공 방식, 레시피, 메뉴 구성 중 적어도 하나는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처음 타코 가격을 정할 때 또띠아에 들어가는 옥수수가루의 가격은 계산했습니다.
고기의 g당 가격도 계산했고 채소와 소스의 원가도 계산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는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그 또띠아를 100장씩 만들고 있던 제 팔의 가격이었습니다.
iiolab Note
메뉴 가격은 재료비에 숫자를 곱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재료의 가격과 손님이 받아들이는 가격 사이에서, 그 메뉴를 만들기 위해 가게가 사용하는 시간과 노동까지 함께 보는 것.
저라면 지금 메뉴 가격을 다시 정할 때 가장 먼저 그것부터 확인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