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준비] 타깃 고객 정하는 방법, 나이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

첫 가게를 만들 때 저는 공간에 대해서는 꽤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어떤 색을 사용할지, 어떤 음악을 틀지, 손님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직원들이 어디에서 움직일지까지 머릿속에 그려두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정작 중요한 한 사람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가게에는 누가 올까?’

저는 타깃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꽤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정말 멋진 공간을 만들면, 이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가게를 열자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내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과, 내가 만든 가게를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같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타깃 고객을 나이와 성별로만 정하면 부족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타깃 고객을 찾아보면 흔히 이런 식의 설정을 접하게 됩니다.

20~30대 여성, 직장인,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 SNS 사용이 활발한 고객처럼 나이와 성별, 직업이나 관심사를 기준으로 고객을 구분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제 가게의 주 고객이 20~30대가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가게를 열고 보니 친구와의 만남이나 데이트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이 약 70% 정도를 차지했습니다.

나머지는 근처 주민이나 주변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예상이 크게 틀린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운영을 하면서 저는 나이만으로는 고객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같은 연령대의 사람도 우리 가게를 이용하는 방식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일했던 곳은 이태원과 같은 번화가였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놀러 나오거나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 지역 자체를 목적지로 삼아 방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고객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기준으로 삼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첫 가게를 차린 곳은 달랐습니다.

회사와 주거지역이 함께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나니 제가 이전까지 자주 접하지 못했던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비교적 나이대가 높은 직장인 고객들이었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5~6명 정도가 함께 방문하는 직장인 단체였습니다.

이들은 두 명씩 방문하는 손님들과는 주문 방식부터 달랐습니다.

가격대가 높은 스피릿 바틀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좋았습니다.

‘이 동네에서도 바틀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사장 입장에서 객단가가 높은 테이블이 반갑지 않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높은 고객이 항상 좋은 타깃 고객일까요?

여러 명이 함께 술을 마시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주변 테이블이 불편해하기도 했고, 요구사항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특히 직장 동료들이 함께 온 자리에서는 그 안의 관계가 매장 안에서도 드러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요구를 다른 사람이 대신 전달하면서 그 요구가 꽤 강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것을 특정 연령대나 직장인 고객 전체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당시 제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사장으로서 한 가지 고민은 분명했습니다.

한 테이블의 매출만 보면 좋은 고객이었지만, 가게 전체의 장면을 놓고 보면 반드시 잘 어울리는 고객은 아니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많은 금액을 주문하는 것과 그 테이블이 주변 손님의 경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좋은 고객’이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나이대라도 전혀 다른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억에 오래 남은 손님도 있습니다.

비슷하게 나이대가 있는 손님이었는데 멕시코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오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이분에게 우리 가게의 라틴 음악과 음식, 술은 단순히 이국적인 컨셉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살았던 곳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마셨던 술을 한국에서도 마실 수 있다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그 경험 때문에 여러 번 다시 찾아왔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나이만 놓고 보면 앞서 이야기한 직장인 고객과 비슷한 범주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게를 이용하는 이유와 방식은 전혀 달랐습니다.

이 경험을 하고 나니 타깃 고객을 단순히 ‘20대’, ‘30대’, ‘40대’처럼 나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과 조명도 고객에 따라 다르게 경험됩니다

제가 만든 가게에서는 경쾌한 라틴재즈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컨셉의 일부였습니다.

조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운영해보니 제가 의도한 분위기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전달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경쾌하고 이국적인 음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시끄러운 음악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분위기 있는 조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 어두운 공간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손님이 불편하다고 할 때마다 음악을 줄이고 조명을 밝히면 되는 걸까요?

저는 이 질문에 무조건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음악과 조도 자체가 내가 만들고자 했던 경험의 중요한 부분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고객의 반응을 전부 무시하고 처음 정한 컨셉만 고집하는 것도 사업에서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창업자는 계속 질문해야 합니다.

‘어디까지 고객에게 맞추고, 어디부터는 우리 가게의 정체성으로 지킬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좋은 타깃 고객은 달랐습니다

사장 입장에서 농담처럼 이야기하자면 가장 편한 손님은 주문하고, 맛있게 식사하고, 큰 불만 없이 적당한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주는 손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농담 속에도 운영에 필요한 힌트가 있습니다.

가게에 잘 맞는 고객은 반드시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사장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가게가 의도한 방식으로 공간을 이용하면서 사업의 운영 구조와도 잘 맞는 고객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20~30대 데이트 커플이 우리 가게의 주요 고객이라고 해보겠습니다.

두 사람이 방문해서 3만 원을 주문하고 4시간 동안 자리를 이용한다면 단순히 ‘우리가 원했던 20~30대 커플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이상적인 고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반대로 제가 운영하면서 편하고 좋다고 느꼈던 모습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방문해서 각자 맥주나 칵테일을 한두 잔씩 주문하고, 음식 두세 가지를 함께 먹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찍고, 음악도 듣습니다.

술에 진득하게 취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제가 만든 테마와 공간을 가볍게 경험하고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제가 원했던 고객의 모습은 ‘20~30대’라는 숫자보다 훨씬 선명해졌습니다.

자주 찾아오던 한 부부가 있었습니다

특히 기억나는 단골손님이 있습니다.

근처에 거주하면서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부부였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퇴근하고 함께 들러 술 한잔을 하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돌아갔습니다.

어느 날 그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이곳에 오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그리고 멀리 나가지 않아도 멀리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다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그 말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만들고 싶었던 것이 정확히 그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 같은 몰입감.

음악과 음식, 술과 공간을 함께 경험하면서 일상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느낌.

그분들은 제가 만든 가게의 장점을 정확히 알아보고, 바로 그 장점을 이용하기 위해 반복해서 찾아오는 손님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타깃 고객이라는 것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타깃 고객은 ‘누구인가’보다 ‘왜 오는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만약 지금 다시 가게를 준비한다면 저는 처음부터 ‘20~30대가 많이 오는 가게’를 만들겠다고 정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대신 이런 질문을 할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왜 우리 가게에 오는가?

그리고 한 단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겁니다.

  • 혼자 오는가, 두 명이 오는가, 여러 명이 오는가?
  • 식사가 목적인가, 술이 목적인가?
  • 데이트를 위해 오는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오는가?
  •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
  • 한 번 방문했을 때 무엇을 얼마나 주문하는가?
  • 음악을 듣고 공간을 즐기는 사람인가?
  • 사진을 찍고 싶은 사람인가?
  • 특별한 날에 찾아오는가, 일상적으로 다시 찾아오는가?
  • 우리 가게를 다시 방문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 이 손님의 이용 방식이 다른 손님의 경험과 충돌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다 보면 단순한 연령과 성별보다 훨씬 현실적인 고객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첫 번째 그림에 이제 사람을 넣어보세요

지난 글에서는 가게 컨셉을 정하기 위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한 장의 이미지로 떠올려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그림을 다시 꺼내보세요.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을 넣어보세요.

몇 살인지부터 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세요.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요?

친구들과 음식을 나눠 먹고 있나요?

혼자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나요?

퇴근 후 배우자와 술 한잔을 하고 있나요?

사진을 찍고 있나요?

음악을 듣고 있나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더 해보세요.

‘이 사람은 왜 다른 가게가 아니라 굳이 내 가게에 왔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분명해질수록 내가 원하는 고객의 모습도 선명해집니다.

컨셉과 고객은 따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 창업할 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공간을 아주 열심히 그렸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 안에 들어올 사람까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다시 한다면 다르게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내가 만들고 싶은 장면을 그립니다.

그리고 그 장면 속에 사람을 넣습니다.

그 사람이 왜 찾아왔는지 생각합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관찰합니다.

무엇을 주문하고, 얼마나 머무르고, 무엇을 기억해서 돌아가는지도 생각해봅니다.

그러고 나면 타깃 고객은 더 이상

‘20~30대 여성’

‘30대 직장인’

같은 몇 개의 단어로만 남지 않습니다.

내 가게의 장점을 필요로 하고, 내가 만든 경험을 제대로 즐기면서, 가게의 운영 방식과도 잘 맞는 사람.

그 사람이 훨씬 구체적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가게의 컨셉을 정했다면 그다음에는 예쁜 인테리어 사진을 더 찾아보기 전에, 그 공간 안에 누가 있는지부터 한번 그려보세요.

그 사람이 앞으로 메뉴와 가격, 좌석, 영업시간 그리고 결국 어디에 가게를 열어야 하는지까지 바꾸게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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