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준비] 가게 컨셉 정하는 방법, 인테리어보다 먼저 해야 할 일

가게를 차려볼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무엇부터 찾아보게 될까요?

창업 비용을 계산하고, 상권을 알아보고,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저장하기도 합니다. 카페나 음식점이라면 어떤 메뉴를 팔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첫 가게를 준비할 때 조금 다른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스케치북을 펼쳐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게의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정확한 도면도 아니었고 실제 매장을 구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게의 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겨본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실제 가게를 완성하고 보니 신기하게도 그때 그렸던 모습과 꽤 비슷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그림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어떤 가게를 만들고 싶은지 처음으로 구체화한 가게 컨셉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은 한 장면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레스토랑과 라운지에서 일했습니다.

좋은 사장님과 함께 일할 때도 있었지만 항상 마음 한쪽에는 내 가게에 대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내 가게가 생기면 뭘 팔까?’라는 생각을 하면 이상하게 저는 메뉴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은 제주도에 바게트만 전문으로 파는 빵집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곧바로 그 가게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따라왔습니다.

또 어느 날은 라이브 재즈를 들으며 수준 있는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지만, 지나치게 클래식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러프한 분위기의 가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색을 사용할지, 조명은 어디에 둘지, 어떤 음악이 흘러야 할지,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마치 로또에 당첨됐다고 상상하면서 다음 날에는 이것을 하고 다음 주에는 저것을 해야겠다고 계획하는 것처럼, 저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상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게 컨셉을 정할 때 ‘무엇을 팔 것인가’와 함께 ‘어떤 장면을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장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려 보세요

제 첫 번째 가게를 준비할 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쿠바와 남미의 이미지였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높게 솟은 야자수, 컬러풀한 건물과 올드카, 라틴 음악과 술.

그리고 칵테일을 손에 들고 서서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

저는 음악을 전공했고 당시에는 아프로큐반과 브라질리안 음악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음악이 자연스럽게 공간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가게는 손님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사장인 내가 가장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제 취향을 늘어놓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몰입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잠깐이라도 다른 장소에 도착한 것처럼 느껴졌으면 했습니다.

‘우리 가게는 이런 곳입니다’라고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들어왔을 때 느끼는 첫인상과 경험이 훨씬 오래 남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가게 컨셉은 인테리어 스타일을 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트로피컬한 남미 컨셉의 레스토랑.’

머릿속의 여러 이미지를 이 정도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오히려 결정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컨셉이라고 하면 흔히 우드톤, 모던, 빈티지, 미드센추리처럼 인테리어 스타일을 먼저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게 컨셉은 조금 더 넓습니다.

컨셉은 앞으로 해야 할 수많은 선택이 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기준입니다.

저는 매장을 대략 실측한 뒤 스케치업으로 직접 간단한 도면을 만들었습니다. 페인트 색을 넣어보고 테이블과 냉장고를 배치하면서 공간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봤습니다.

음악 역시 자연스럽게 라틴 음악을 중심으로 정했습니다.

다만 같은 분위기가 하루 종일 이어지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를 세 개의 시간대로 나누고 시간에 따라 음악의 다이내믹이 달라지도록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습니다.

메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 하나만 떼어놓고 봤을 때 괜찮은지가 아니라 이 공간과 같은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메뉴인가를 생각했습니다.

메뉴를 구체화하면서 메뉴판도 직접 만들었습니다.

페인트, 테이블, 조명, 음악, 메뉴, 메뉴판.

각각은 전혀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컨셉이 먼저 정해져 있으니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체를 만나기 전에 목적지를 정해야 합니다

창업을 준비하다 보면 인테리어 업체의 포트폴리오를 찾아보고 마음에 드는 레퍼런스를 고르게 됩니다.

업체에서 제안하는 3D 도면을 보고 수정하면서 공간을 완성하기도 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입니다.

저 역시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 부분과 수정해야 할 부분을 현장 전문가와 계속 이야기하며 조정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배의 선장은 창업자 자신입니다.

어디로 갈지는 내가 알아야 합니다.

인테리어 업체는 그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가게가 무엇인지를 대신 결정해줄 수는 없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전문가에게 맡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목적지까지 함께 맡긴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디로 가든 상관없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할 기준 정도는 창업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그 기준이 바로 컨셉입니다.

스케치북에 그렸던 장면이 실제 가게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스케치북에 그렸던 것은 가게 전체 도면이 아니었습니다.

가게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한 장면이었습니다.

안쪽에는 오픈 키친이 있고 그 앞을 바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손님과 직원이 서로 마주 보는 구조입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한눈에 홀을 확인할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는 바와 주방 안에서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람이 움직이는 모습 자체도 이 가게의 볼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처음 그 그림을 그렸을 때는 실제로 어떤 구조의 가게를 얻게 될지조차 몰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완성된 가게를 보니 처음 스케치북에 그렸던 모습과 상당히 비슷했습니다.

처음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계속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그 이미지에서 너무 멀어지지 않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때로는 쉬운 방법을 어렵게 해야 했고, 안 된다는 것을 어떻게든 되게 만들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공간 전체가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컨셉이 정해지면 ‘예쁜 것’과 ‘우리 가게에 맞는 것’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창업 준비를 하다 보면 정말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멋진 조명도 보이고, 예쁜 의자도 보이고, 다른 가게에서 본 근사한 아이디어도 눈에 들어옵니다.

문제는 좋은 것을 전부 가져온다고 좋은 가게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예쁜 물건이어도 내가 만들려는 장면과 맞지 않는다면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조금 불편하거나 구현하기 어려워도 우리 가게의 핵심적인 장면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면 방법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컨셉은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만드는 장치가 아닙니다.

수많은 선택 앞에서

‘이게 예쁜가?’가 아니라 ‘이게 우리 가게다운가?’

라고 물을 수 있게 해주는 기준입니다.

다만, 이미지 하나만으로 가게 컨셉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스케치북 첫 장을 펼친다면 저는 그림 하나를 그리고 끝내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질문을 더 적을 겁니다.

‘손님에게 어떤 장면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여기에는 눈에 보이는 것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손님은 공간을 눈으로 보고,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경험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화려한 공간이고 음식이 훌륭했더라도 홀 직원의 심드렁한 태도 하나 때문에 그 가게에 대한 좋은 기억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작은 공간이어도 따뜻한 응대와 좋은 음악, 음식의 맛과 향, 사람들의 움직임이 어우러지면서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게 컨셉을 정할 때는 단순히

‘어떤 인테리어를 할까?’

라고 묻기보다

‘이곳에서 손님이 어떤 경험을 하고 나갔으면 좋겠는가?’

를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

가게 컨셉을 정하기 어렵다면 이렇게 시작해보세요

아직 가게도 없고 정확한 메뉴도 정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좋습니다.

종이나 태블릿을 하나 꺼내고, 현실적인 조건은 잠시 내려놓은 채 내가 만들고 싶은 가게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세요.

그림을 잘 그릴 필요도 없습니다.

다음 질문에 하나씩 답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 내 가게는 낮과 밤 중 언제 가장 아름다운가?
  •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 사람들은 앉아 있는가, 서 있는가?
  • 어떤 음악이 들리는가?
  • 공간의 가장 중요한 색은 무엇인가?
  • 손님은 무엇을 먹거나 마시고 있는가?
  • 직원들은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는가?
  • 손님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보게 되는가?
  • 가게를 나선 뒤 친구에게 이곳을 어떻게 설명했으면 좋겠는가?
  • 결국 손님의 기억에 어떤 한 장면이 남았으면 좋겠는가?

답을 적다 보면 막연했던 ‘내 가게’가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다음에 인테리어 레퍼런스를 찾고, 상권을 보고, 비용을 계산해도 늦지 않습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가게 컨셉은 앞으로 내릴 수백 번의 결정을 위한 기준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면서 컨셉만큼 즐거운 고민도 드뭅니다.

아직 돈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공사가 시작된 것도 아닙니다.

머릿속에서는 무엇이든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 번 상상해보세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게가 생겼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어떤 음악이 들리나요?

누가 있고,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요?

그리고 그곳에서 나온 손님에게 딱 한 장면만 기억하게 할 수 있다면 어떤 장면을 남기고 싶은가요?

그 이미지부터 만들어보세요.

인테리어와 메뉴, 음악과 서비스는 그다음부터 하나씩 그 장면 안으로 채워 넣으면 됩니다.

가게 컨셉은 멋진 단어 몇 개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게를 한 장의 장면으로 먼저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한 장이 앞으로 가게를 만들어가며 내리게 될 수많은 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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