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창업] 메뉴 구성 방법, 처음부터 메뉴를 많이 만들 필요는 없었습니다

음식점을 처음 시작할 때는 메뉴가 적으면 왠지 불안할 수 있습니다.

손님이 먹고 싶은 것이 없으면 어떡하지?

선택지가 너무 적어서 가게가 빈약해 보이지 않을까?

저 역시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을 메뉴에 넣었습니다.

피자도 있었고, 수제버거도 있었고, 그라탕도 있었고, 샐러드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한참 음식점의 메뉴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던 때였습니다. 방송에서도 작은 음식점에 메뉴를 줄이는 솔루션이 자주 등장했고, 저 역시 그 이야기에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더군다나 1인 주방에서 많은 메뉴를 운영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메뉴를 줄여보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메뉴판의 줄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주방에서 준비해야 하는 일의 종류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메뉴는 몇 개 안 되는데 준비할 것은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 메뉴만 보면 그렇게 복잡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피자, 수제버거, 그라탕, 샐러드.

그런데 주방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피자를 팔려면 피자에 들어가는 소스와 토핑을 준비해야 합니다.

수제버거를 팔려면 패티와 번, 버거에 들어가는 재료를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그라탕에는 또 다른 재료가 필요하고 크림소스는 주문에 맞춰 만들어야 했습니다.

샐러드는 그날 사용할 채소를 신선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채소를 씻고, 손질하고, 물기를 빼야 합니다.

그러려면 개수대 하나가 비어 있어야 하고, 큰 볼과 채반을 놓을 공간도 필요합니다.

샐러드가 있으니 드레싱도 필요합니다.

메뉴판에서는 한 줄짜리 메뉴인데 주방에서는 그 메뉴 하나 때문에 해야 할 일이 계속 생겼습니다.

메뉴 하나를 추가한다는 것은 단순히 레시피 하나를 추가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재료가 늘어나고, 보관할 것이 늘어나고, 준비할 것이 늘어나고, 작업공간도 필요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피자와 버거, 그라탕과 샐러드를 한 주방에서 만들고 있었지만 각각 필요한 준비 과정이 너무 달랐습니다.

작은 주방 안에서 서로 다른 작은 가게 몇 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타코를 중심으로 메뉴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이후 메뉴 구성을 크게 바꿨습니다.

중심에 타코를 놓았습니다.

타코는 고기를 기준으로 네 종류 정도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다른 메뉴 역시 가능하면 그 고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었습니다.

나초도 단순한 나초가 있었고, 준비해둔 고기와 치즈를 올려 조금 더 풍성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만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주방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몇 가지로 좁혀졌습니다.

고기 네 종류와 몇 가지 소스, 그리고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야채였습니다.

이 재료들을 서로 다르게 조합하면서 여러 메뉴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보는 메뉴판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었지만 주방 안에서 준비해야 하는 세계는 훨씬 작아졌습니다.

저는 이 차이가 굉장히 컸습니다.

메뉴 수보다 재료의 가지 수가 중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메뉴가 몇 개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지금 다시 메뉴를 구성한다면 오히려 이런 질문부터 할 것 같습니다.

이 메뉴 하나를 추가하려면 새로운 재료를 몇 가지 더 사야 하는가?

그 재료는 다른 메뉴에도 사용할 수 있는가?

이 메뉴 하나 때문에 별도의 소스나 전처리 작업이 생기는가?

냉장고와 작업대에는 얼마나 많은 공간이 추가로 필요한가?

결국 작은 음식점에서 메뉴의 복잡함은 메뉴판에 적힌 메뉴의 개수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메뉴가 열 가지여도 비슷한 재료와 조리법을 공유한다면 생각보다 단순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메뉴가 다섯 개뿐이어도 각각 전혀 다른 식재료와 조리과정이 필요하다면 주방은 훨씬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타코를 중심으로 메뉴를 바꾼 뒤 편해진 이유도 메뉴 숫자가 줄어서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러 메뉴가 같은 뿌리에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준비시간이었습니다

메뉴를 바꾸고 나서 가장 확실하게 줄어든 것은 준비시간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의 종류가 줄었습니다.

사용하는 향신료와 소스의 범위도 좁아졌습니다.

매일 각각 다른 메뉴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수월했습니다.

물론 일이 편해졌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여전히 할 일은 많았습니다.

다만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있던 일이 한 방향으로 모였습니다.

이 차이가 컸습니다.

장을 보러 갔을 때도 차이가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식자재 업체를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가끔 기대한 것만큼 신선하지 않은 식재료가 오기도 했고, 장마나 폭설처럼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가격 변동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직접 시장에 가서 식재료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눈으로 상태를 보고 필요한 것을 고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메뉴를 정리한 효과를 아주 직관적으로 느꼈습니다.

장보기 리스트가 짧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서로 다른 메뉴에 필요한 재료를 하나하나 찾아다녀야 했다면, 메뉴의 중심을 잡은 뒤에는 사야 할 재료의 범위 자체가 줄었습니다.

가게에서 준비하는 시간뿐만 아니라 가게 밖에서 식재료를 구하는 시간까지 줄어든 것입니다.

메뉴 하나가 늘어난다는 것은 주방 안의 일만 늘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재료를 사러 가는 일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대신 남은 힘을 한 곳에 몰아넣었습니다

메뉴를 단순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일을 간단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는 줄인 시간과 노동을 한 곳에 몰아넣었습니다.

또띠아였습니다.

제가 원하는 맛의 기성품 또띠아를 찾기 어려워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옥수수가루를 구하고 반죽을 만들었습니다.

반죽을 일정한 크기로 소분하고 모양을 잡은 뒤 또띠아 프레스로 한 장씩 눌렀습니다.

그리고 한 장씩 앞뒤로 뒤집어가며 구웠습니다.

제대로 부푸는지도 확인해야 했습니다.

다 구운 뒤에는 천에 감싸 뜸을 들였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서 약 100장을 만드는 데 3~4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다른 일을 줄여서 또띠아에 몰빵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이 선택이 가게의 수준을 끌어올렸다고 생각합니다.

피자도 잘 만들고, 버거도 잘 만들고, 그라탕도 잘 만들고, 샐러드도 잘 만들기 위해 힘을 나눠 쓰는 대신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한 가지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또띠아 어디서 사셨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한 손님이 자신이 멕시코에서 살다 왔다면서 또띠아가 정말 맛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어디서 산 제품인지 물어보셨습니다.

직접 만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몇 봉지만 따로 살 수 없겠냐고 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멕시코에서 생활했던 사람이 또띠아 자체를 맛있다고 해주니 제가 몇 시간씩 만들었던 시간이 인정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머리가 차갑게 식었습니다.

‘잠깐만. 이걸 얼마에 팔아야 하지?’

제가 사용하던 또띠아는 완제품을 사다가 몇 장 담아드리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반죽해야 합니다.

소분해야 합니다.

모양을 잡아야 합니다.

프레스로 한 장씩 눌러야 합니다.

앞뒤로 뒤집어가며 구워야 합니다.

잘 부푸는지도 봐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천에 감싸 뜸도 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은 아주 빠르게 마지막 단계에 도착했습니다.

‘잠깐만. 이거 팔면 나 또 만들어야 되잖아?’

순간 등골이 서늘했습니다.

타코를 너무 잘 먹는 손님이 무서워지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어느 순간부터 타코를 집중적으로 주문하는 손님을 보면 묘한 감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손님이 맛있게 먹고 추가 주문까지 해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가장 공들여 만든 메뉴를 좋아해주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한 테이블에서 타코를 다섯 접시 주문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접시에 세 피스라면 또띠아 15장이 한 테이블에서 사라집니다.

손님은 맛있게 드시고 있습니다.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제 머릿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동시에 돌아갑니다.

’15장 나갔네.’

‘또 만들어야겠네.’

‘내일 또 몇 시간 반죽하고 누르고 굽겠네.’

맛있다고 많이 먹어주는 손님이 반가우면서도 조금 무서워지는 이상한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기성품 또띠아를 사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또띠아가 결국 제가 만들고 싶었던 타코의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메뉴를 줄인다고 가게의 수준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메뉴를 줄인다는 것을 선택지를 줄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서 우리 가게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반대편에는 다른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내가 정말 자신 있는 몇 가지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피자와 버거, 그라탕과 샐러드를 준비하는 일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타코와 또띠아에 사용했습니다.

메뉴판의 범위는 좁아졌지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메뉴의 완성도에는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손님이 완성된 타코를 먹다가 그 안의 또띠아 자체를 따로 사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알아봐주는 순간도 생겼습니다.

메뉴를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일을 덜 하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에 더 많은 힘을 쓸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다시 시작한다면 작게 시작할 것 같습니다

지금 처음 음식점을 시작한다면 저는 가장 자신 있는 메뉴 몇 가지부터 만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 메뉴들이 같은 식재료와 준비과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손님의 취향을 만족시키려고 메뉴를 계속 늘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분명 선택지가 적어서 가게를 찾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자신 있게 만든 음식을 먹고 만족한 사람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느 날 그 음식이 다시 생각날 수 있습니다.

‘거기 그거 먹고 싶다.’

그렇게 떠올릴 수 있는 메뉴가 있다면 다시 방문할 이유가 생깁니다.

모든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열 가지를 만드는 것보다 누군가가 다시 생각나서 찾아올 한 가지를 만드는 것이 작은 음식점에는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iiolab Note

메뉴를 줄였다고 해서 손님의 선택지만 줄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준비해야 하는 재료의 종류와 장보기 목록이 줄었고, 영업 전 준비시간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긴 시간과 에너지를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메뉴에 더 많이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작은 가게에서 메뉴를 줄이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집중할 곳을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저 역시 많은 메뉴를 준비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볼 것 같습니다.

‘우리 가게에 와서 이것만큼은 꼭 먹어봤으면 좋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메뉴가 무엇인가?’

저라면 그 몇 가지부터 시작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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